할아버지의 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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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쌀밥
  • 새금산신문
  • 승인 2019.07.2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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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시]

찬 바람이 불면

정병현 금산문인협회원
정병현 금산문인협회원

할아버지 발뒤꿈치가 쩍쩍 갈라진다.

한 달여 비가 오지 않으면

모를 심은 다랑이 논바닥이 쩍쩍 갈라진다.

열 마지기 벼농사를 짓는 산간 시골에서

무더운 여름에 쌀밥 한 끼 먹기는

명절을 쇠는 것만큼 어려웠지만

할아버지께선 하루 세 끼를

하얀 김이 오르는 흰쌀밥을 잡수셨다.

할아버지의 밥상에 마주 앉아

쌀밥을 잡수시는 모습을 보면

나도 먹고 싶어

까만 보리 속에 하얗게 빛나는 별이

드문드문 박힌 보리 쌀밥을 먹으면서

할아버지의 숟가락질 횟수에

밥그릇의 쌀밥이 점점 적어질수록

침을 빨리 삼키면서 제발 남기시라고 그랬다.

 

먹고 싶은 것을 아시는지

어쩌다 가끔

입맛이 없다거나

군음식을 드셔서 그러신다며

몇 숟가락 남겨 주시면

내 몫의 곶감처럼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가 된 지금

우리 아이들은

쌀밥을 먹지 않겠다고 애를 태워

내가 간절하게 먹고 싶던 마음으로

어르고 달래며 애를 써야

꽁보리밥 먹듯이 몇 숟가락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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