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를 연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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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야기"를 연재하며
  • 새금산신문
  • 승인 2019.10.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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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봉 시인, 금산문인협회장
임영봉 시인, 금산문인협회장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물고기가 사는 나라이다. 금산에도 가장 큰 물고기가 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놓친물고기'이다.

나는 이 놓친 물고기가 살고 있는 둠벙의 이름이 '어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어제가 쌓여서 과거가 되고, 그 과거가 쌓여서 역사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금산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니 그러한 둠벙이 없을 리는 없다. 그 둠벙 속에는 지금도 금산이 놓친 거대한 물고기가 유영하고 있는 것을 본다. 물론 이제는 어떤 낚시로도 잡아 올릴 수 없는 상상의 둠벙일 뿐이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에 그대가 영영 건네지 못한 연애편지일 수도 있고, 그대가 열, , 서너 살에 밤나무로 새총 젓줄을 깎던 주머니칼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홉, , 열한살 무렵 가을 햇살 아래 왕골끈에 감겨진 채 멍석에 말리던 곡삼 몇 뿌리를 아버지 몰래 훔쳐 엿장수 아저씨에게 가져다주고 엿모판 절반을 끊어다가 동네 꼬맹이들 엿잔치를 벌이던 동네마당으로 가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엿장수 아저씨가 동네 둥구나무 밑을 지나며 버린 왕골끈내키일 수도 있겠다. 잘 주워놓았으면 박물관 한쪽은 차지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기는 세상이야기의 비밀은 어둠이 낳은 자식일 수도 있으니 천하 헛소문도 잘 주워서 약탕기에 넣고 다리면 명약이 될 수도 있으렷다.

그렇다. 우리가 살면서 놓친 물고기가 크면 클수록 추억은 훨씬 단단하게 영글었을지도 모르겠다. 앞산을 구르던 시원찮은 돌멩이가 짐승의 생가죽을 벗기던 찍개였음을 깨달은 것도 훨씬 오래이고 보면, 이제 우리는 놓친 물고기들의 목록을 다시 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도대체 우리가 살아가는 이력은 얼마나 큰 물고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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