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성공을 외치는 ‘인셀덤’… 다단계와 후원방문판매 사이의 경계

“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지금이 바로 성공역을 향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 아침,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리만코리아 에스지엠(SGM·성공매니아) 본부의 지점. 밝은 음악과 함께 여성 판매원들의 성공 경험을 담은 영상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동시에 충남 천안 본사에서 진행 중인 ‘성공 사례 강연’이 전국 지점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화면 속 무대 위에서 전해지는 눈물 섞인 경험담에, 현장과 각 지점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진다. 이는 인셀덤 화장품을 판매하는 리만코리아 에스지엠에서 매일 아침 벌어지는 익숙한 장면이다.

리만코리아는 에스지엠을 포함한 세 개의 본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후원방문판매’ 방식으로 화장품을 유통한다. 판매원은 뷰티플래너, 매니저, 파워매니저, 대리점장 순으로 등급이 나뉘며, 등급이 올라갈수록 할인 혜택과 인센티브가 커진다. 대리점장은 제품을 원가의 절반 가격에 구입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하위 판매원이 많아질수록 후원수당도 늘어난다.

이런 구조를 기반으로 리만코리아는 빠르게 규모를 확대했고, 2021년에는 후원방문판매 업계에서 매출 1위(7,154억 원)를 기록했다. 2022년 기준으로 등록된 판매원 수는 약 58만 7천여 명으로, 국내 전체 후원방문판매자의 약 64%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은 40대 이상의 여성으로, 주로 경력 단절을 경험한 이들이 주축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리만코리아의 내부 실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했는데도 카드빚만 늘었다”, “지금은 덤핑으로 팔아도 32% 가격에도 안 팔린다”는 등의 피해 호소 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21년 11월, ㄱ씨(40)는 지인의 소개로 에스지엠 본부에 입문했다. 이후 2년 반 동안 서울 지역 대리점장으로 활동했으나,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그는 “회사에서는 월 1천만 원도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00만 원도 못 버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대리점장이 되기 위해 ㄱ씨는 약 1억 원어치 인셀덤 화장품을 선구매했다. 초기에는 이를 가게 창업에 비해 적은 투자라고 여겼지만, 제품 판매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오히려 ‘성공’을 위해 더 많은 돈이 들어갔다. 에스지엠은 대리점장들에게 “홍보를 위해 제품을 무료로 나눠주라”고 교육했고, ‘CEO답게 외모 관리도 철저히 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고급 의류와 화장, 외제차, 대접 식사 등에도 적잖은 돈을 써야 했다. 하지만 실제 화장품은 거의 팔지 못해, 결국 재고만 가득 쌓이게 되었다고 한다.

판매에 실패한 일부 판매원들은 남은 재고를 온라인 쇼핑몰이나 중고 플랫폼을 통해 저가에 판매하는 ‘덤핑’에 나섰다. 현재 온라인에서도 정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인셀덤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정식 대리점장들의 가격 경쟁력은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리만코리아의 영업 구조가 ‘후원방문판매’보다는 다단계 판매에 더 가깝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리만코리아는 실질적으로 다단계적 요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으로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 전환을 요구하는 시정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리만코리아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판매원 간 수익 격차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매일 아침 성공을 외치는 무대 뒤편에서, 일부 판매원들은 오늘도 카드빚과 재고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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