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에 힘입은 마이크론 호실적…하지만 투자자 기대에는 못 미쳐

견고한 실적 발표에도 주가 반락

올해 들어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 Inc.)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과 4분기 가이던스를 발표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성장 전망으로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상승 폭을 반납했다.

마이크론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장외 거래에서 한때 7.7%까지 급등했지만, 경영진과의 컨퍼런스콜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뉴욕 현지시간 오후 6시 50분 기준으로 주가는 거의 변동 없이 마감됐다.

HBM 기술, 핵심 성장 동력이지만…

이번 실적 발표의 핵심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였다. HBM은 인공지능(AI) 컴퓨팅 시스템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마이크론 역시 이 기술을 중심으로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기대한 폭발적인 성장은 제시되지 않았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매트 브라이슨은 “매출 증가가 인상적이긴 하나, 이전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HBM 시장은 마이크론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AI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더 많은 메모리가 요구돼 관련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은 이 같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았던 지난 분기의 회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대 이상 실적과 강한 가이던스

2025 회계연도 3분기(5월 29일 마감) 실적은 매출 93억 달러로, 애널리스트 예상치 88억 5천만 달러를 상회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91달러로, 전망치 1.60달러보다 높았다. 특히 데이터 센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전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4분기 가이던스도 긍정적이다. 마이크론은 4분기 매출이 약 10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주당순이익은 2.50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며, 이는 시장 컨센서스 2.03달러를 크게 웃돈다.

CEO “AI 메모리 수요에 선제 대응”

마이크론의 CEO 산제이 메흐로트라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 중심의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리더십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BM 분야의 실적은 전 분기 대비 거의 50%에 달하는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이는 AI 산업의 급성장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마이크론의 핵심 성장 축이 될 전망이다.

올해 주가 51% 상승…시장 기대는 여전

마이크론의 주가는 올해 들어 51% 상승하며 나스닥 종합지수의 상승률(3.4%)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확인된 성장 전망이 일부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당분간 주가의 추가 상승세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AI 시대에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흐름 속에서 경쟁사 대비 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위를 확보해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앞으로의 지속적인 고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는 그런 기대와 현실 간의 간극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