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2차 드래프트의 새 판 짜기와 ‘같은 피’ 던닝의 빅리그 생존기

2년마다 돌아오는 KBO 2차 드래프트 명단을 훑어보면 프로 세계의 냉정함이 새삼 와닿는다. 이번에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던 베테랑들이 대거 짐을 쌌다. 한화 마운드와 타선을 지키던 이태양과 안치홍이 나란히 타 팀 1순위 지명을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는 장면이 이번 드래프트의 하이라이트다.

안치홍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 2025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의 부름을 받았다. 2009년 기아에서 데뷔해 롯데를 거쳐, 불과 작년 말 한화와 4+2년 최대 72억 원이라는 매머드급 FA 계약을 맺었던 그였다. 이적 첫해인 2024년엔 128경기를 뛰며 타율 3할에 13홈런 66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해줬지만, 올해는 타율 0.172, 2홈런 빈공에 시달리며 결국 2년 만에 이글스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잔여 연봉 11억 원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를 데려온 키움의 계산은 명확해 보인다. 2년 전 드래프트에서 SSG 소속이던 베테랑 최주환을 영입해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던 성공 경험을 다시 한번 재현하겠다는 거다. 키움 구단은 안치홍 특유의 펀치력과 정교함은 물론, 그가 가진 훌륭한 워크에식이 젊은 피가 주축인 선수단에 좋은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화 마운드의 맏형 노릇을 하던 이태양은 친정팀 기아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 2012년 한화에서 1군 무대를 밟은 뒤 SK(현 SSG)로 이적했다가 2023년 FA로 친정팀에 복귀했지만, 최근 팀 내 쌩쌩한 젊은 우완 셋업맨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1군 내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기아는 선발과 롱릴리프 등 전천후로 활용 가능한 그의 풍부한 경험(통산 38승 55패 1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4.96)을 높이 사 1순위로 그를 낚아챘다. 다양한 구종으로 긴 이닝을 버텨줄 수 있는 투수라는 점이 기아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준 셈이다.

이 밖에 흥미로운 이동도 꽤 눈에 띈다. NC에 몸담았던 이용찬은 다시 두산 베어스로 연어처럼 돌아가고, 롯데는 LG 출신의 김주완과 김영준, 삼성 출신 최충연 등 과거 1차 지명이나 상위 라운드 출신 유망주 투수들을 싹쓸이하며 마운드 뎁스 채우기에 집중했다. 10개 구단이 총 17명의 선수를 지명한 이번 드래프트에서 키움은 무려 4명을 뽑으며 가장 바쁘게 움직였고, 반면 한화와 NC, LG는 단 한 명의 선수도 호명하지 않았다. 얄궂게도 베테랑들을 뭉텅이로 내보낸 한화는 드래프트 양도금 규정(1라운드 4억, 2라운드 3억, 3라운드 2억, 4라운드 이하 1억)에 따라 가장 많은 11억 원을 두둑하게 챙기게 됐다.

이렇게 국내 그라운드에서 베테랑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과 새 판 짜기가 벌어지는 동안, 태평양 건너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도 반등을 향한 묵직한 직구를 던지는 투수가 있다. 왼팔에 ‘같은 피’라는 한글 문신을 새겨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유독 친숙한 한국계 투수 데인 던닝의 이야기다. 메이저리그 복귀를 향한 그의 무력시위가 심상치 않다.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트리플A 팀인 타코마 레이니어스 소속의 던닝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체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거랜드 스페이스 카우보이스(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올 시즌 8경기 만에 맛본 첫 무실점 경기이자, 6점대 후반(6.75)에 머물던 평균자책점을 5.77까지 확 끌어내린 의미 있는 등판이었다.

이날 그의 마운드 운영은 특유의 맞춰 잡는 피칭의 정석을 보여줬다. 1회초 선두타자 켈렌 스트람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산뜻하게 출발한 뒤, 2사 후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후속 타자를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넘겼다. 2회에도 중견수 뜬공과 내야 팝플라이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채웠고, 카벤 비지오에게 단타를 내준 뒤엔 잭 윙클러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선행주자를 지워버렸다.

위기관리 능력도 빛났다. 3회초 1사 후 볼넷을 내줬으나 후속 두 타자를 파울플라이와 땅볼로 가볍게 처리했고, 4회초에는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이날 첫 삼자범퇴(2탈삼진 포함)를 기록했다. 기세가 오른 던닝은 5회초 마저 세 타자를 뜬공, 삼진, 땅볼로 요리해 버리며 4회부터 이어온 8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완성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2016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1라운드 지명으로 프로에 발을 들인 던닝은 메이저리그 통산 136경기(102선발)에 나서 28승 32패 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투수다. 특히 2023년엔 12승 7패 3홀드 평균자책점 3.70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야속하게도 어깨와 고관절 부상이 겹치며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WBC 무대를 밟아 8강 진출에 쏠쏠한 힘을 보태기도 했다.

야구공은 둥글고, 프로 선수가 증명해야 할 무대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KBO 2차 드래프트로 새로운 둥지를 튼 베테랑들이나, 다시 빅리그 마운드의 흙을 밟기 위해 마이너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던닝이나 결국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내야 한다는 숙명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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